드라마 ‘웨스트월드’는 오프닝에서 섬유로 조직된 인공 근육을 가진 로봇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 인간형 로봇, 안드로이드는 전동 모터가 아니라 섬세한 인공 근육으로 만들어져 인간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상이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 클론 로보틱스(Clone Robotics)가 공개한 ‘클론 알파(Clone Alpha)’는 인공 근육을 활용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클론 로보틱스의 가장 큰 기술적 차별점은 전통적인 전기 모터 방식이 아니라, 생물학적 근육을 모방한 ‘마이오파이버(Myofiber)’ 인공 근육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2021년 개발된 마이오파이버는 기존의 전자기 기반 액추에이터보다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며, 단일 3g 근육 섬유가 1kg 이상의 수축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기존 로봇 기술에서 힘줄과 같은 연결 조직이 자주 파손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마이오파이버는 힘줄과 근육을 단일 구조로 제작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반응 속도는 50ms 이내로 매우 빠르며, 실제 포유류 근육과 유사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클론 로보틱스가 올린 최신 동영상을 보면 그동안 손, 상체에 머물렀던 실험이 전신으로 발전되고 있다. 드라마 웨스트월드의 한 장면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다.
클론 알파는 인간과 동일한 206개의 뼈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일부는 자연적인 골융합을 반영해 더욱 현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한다. 특히, 어깨 관절의 20도 자유도, 척추의 6도 자유도, 손목과 팔꿈치를 포함한 상체 164개의 자유도를 갖춰, 인간과 유사한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다고 클론 로보틱스 홈페이지는 설명하고 있다. 클론 로보틱스는 강성 액추에이터 기반의 전통적인 로봇 설계 대신, 인체 해부학을 먼저 재현한 후 인공 근육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기존 로봇보다 훨씬 유연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클론 로보틱스에 따르면, 알파는 단순한 기계적 구조를 넘어, 인간의 신경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으로 동작한다. 두개골에는 4개의 깊이 카메라가 장착되어 시각 데이터를 처리하며, 70개의 관성 센서는 각 관절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320개의 압력 센서를 통해 각 근육의 힘과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또 이러한 데이터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NVIDIA Jetson Thor GPU에서 처리되며, 클론 로보틱스의 사이버넷(Cybernet)이라는 AI 모델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인공 근육을 개발은 클론 로보틱스에서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MPI-IS) 공동 연구팀은 전기 자극을 이용한 인공 전기 근육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통적인 전기 모터 기반 기술보다 더욱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최대 2,700배까지 강성을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 인공 근육을 개발해, 자동차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로봇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상욱 교수 연구팀은 인간 근육을 모방한 새로운 구조의 인공 근육을 개발해, 2023년 10대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클론 알파와 같은 인공 근육 기반 로봇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산업 및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클론 로보틱스는 회사가 지향하는 로봇의 목표가, 단순한 물리적 기능뿐만 아니라, 자연어를 이해하고 인간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대규모 언어모델(LLM)과의 연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클론 로보틱스는 “알파 에디션”이라는 첫 모델을 공개하며, 선착순 279대의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이다. 회사의 공언 대로 개발이 순조롭다면 이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차세대 안드로이드 로봇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할 수 있다.
은이은 | unyiun@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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