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와 로봇 기술의 결합이 가속화되면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AI의 다음 개척지는 물리적 AI"라고 선언한 가운데,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몸'을 가진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 시장과 산업 구조, 나아가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AI와 결합한 휴머노이드, 현실로 다가오다
과거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로 기술력 과시용에 머물렀다. 일본의 아시모(Asimo), 한국의 휴보(HUBO) 등 걸어 다니는 로봇이 개발됐지만, 실용화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대형언어모델(LLM), 대형멀티모달(LMM)의 발전으로,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소통하고 학습하며 점점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테슬라, 피겨AI 등 글로벌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젠슨 황은 "2~3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종류는 50가지가 넘는다. 중국의 즈위안로봇이 생산하는 아기봇(Agibot)은 바느질을 할 수 있고, 역시 중국의 유니트리가 개발한 H1은 초속 3.3m의 속도로 움직인다. 현대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신 모델은 백플립과 파쿠르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피닉스 7세대, 유니트리의 G1 등도 있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특정한 환경과 인프라를 전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지녀, 기존의 노동 환경에서 별도 개조 없이 즉시 투입 가능하다. 특히 노동력 감소 문제가 심각한 국가에서는 휴머노이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럭 운전사, 간호사, 교사 등 특정 직군에서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14억 8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 역시 농촌과 공장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GDP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며, 북미에서는 60%를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전 산업에 걸쳐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BMW, 테슬라, 현대차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 생산라인에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테슬라 공장에 도입해 대량 생산할 계획이며, 가격을 2만 달러(약 2,700만 원) 이하로 낮춰 대중화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 자동화 설비(산업용 로봇)와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기존의 로봇은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지만, 휴머노이드는 AI와 결합하여 다양한 작업을 학습하며 적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장뿐만 아니라 가정, 서비스업,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휴머노이드 로봇의 글로벌 시장이 2035년까지 380억달러(약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인공지능 로봇의 부상'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6억4800만대, 7조달러(약 1경 129조원)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가 209만3000대였으나, 2029년에는 1329만5000대로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AI·로봇 시대, 인간의 역할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편화되면서, 대규모 일자리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 도입이 필연적이지만, 이는 기존 노동자들의 실업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AI가 인간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경우, 법적·윤리적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만약 로봇이 사고를 일으켰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가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면서도, 인간과 같은 법적 지위를 가져야 하는가?
AI와 로봇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가운데, 사회적·법적 논의가 이에 맞춰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독립적인 행위자로 자리 잡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은이은 | unyiun@outlook.kr
https://brunch.co.kr/@storypop/1126
마침내, 로봇이 온다
마침내, 로봇이 온다 #01 프롤로그 | 안녕하세요 은이은입니다. '토요일의 SF'를 구독하는 분이라면 제가 매주 소설 한 편씩을 올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전업
brunch.co.kr
웨스트월드의 인공 근육 로봇, 현실 되나? (0) | 2025.02.21 |
---|---|
빅테크의 새로운 전장은 로봇 (1) | 2025.02.19 |
전기 모터 넘어선 엑추에이터, 가능할까? (2) | 2025.02.17 |
말로 지시하는 로봇 모델도 오픈소스로 풀렸다 (0) | 2025.02.10 |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개발 본격화 (0) | 202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