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해설] 왜 달이 아니고 화성일까?

space

by spacenews 2025. 1. 23. 19:24

본문

반응형

| 20250124 

 

“그리고 우리는 우주에 대해 다시 한 걸음 나아가며 화성에 성조기를 심을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우주로 보낼 것입니다.”

We will pursue our manifest destiny into the stars, launching American astronauts to plant the Stars and Stripes on the planet Mars.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한 연설 중 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그는 “별을 향해 우리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백한 운명’은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사용하던 용어다. 트럼프는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암시하면서 우주도 그 가운데 한 영역이 될 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취임식장의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트럼프 가까이 자리 잡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환호하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그런데 왜, 아르테미스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달이 아닌 화성일까?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우주항공 분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었나? 트럼프 1기 정부는 ‘미국이 우주의 리더로 남을 것’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NASA의 예산을 감액·동결하는 예산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우주 개발 핵심 인프라인 국제우주정거장(ISS) 민영화를 언급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일론 머스크가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가의 면모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정부 당시 ‘우주는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면, 일론 머스크와 가까이하면서 우주 개발의 경제성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가 생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1월 대통령 선거 승리가 확정된 이후 연설에서 4분을 할애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스타십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화성은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이래 계속 강조해 왔던 목표였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16년 화성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해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식민지화 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에는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목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시작으로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상 인간이 만들었던 어떤 로켓보다도 규모가 큰 스타십도 그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미치광이의 꿈’ 정도로 여겨졌지만 일론 머스크는 여섯 번째 스타십 발사에서 1단 로켓의 회수까지 성공시켰다.  

 

https://www.spacex.com/launches/mission/?missionId=starship-flight-7


트럼프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장으로 억만장자 기술 기업가 재러드 아이작먼을 임명했다. 그는 스페이스X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스페이스X와 함께 두 번의 상업 우주 비행을 경험했다. 또 정부 우주 프로그램에 막대한 금액이 소요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이다. 일론 머스크가 주장하는 것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따라서 기존의 NASA 프로그램들은 새 행정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NASA가 트럼프나 아이작먼, 그리고 일론 머스크로부터 비판을 받는 이유는 비효율성이다. 그리고 그 대표를 뽑는다면 우주발사체 SLS가 맨 앞줄에 서게 될 것이다. 

 

대형 우주발사체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은 NASA가 진행하던 아르테미스 계획의 중심에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달에 사람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수정되거나 폐기된다면, 바로 이 SLS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유가 여럿 있다. 트럼프가 달이 아닌 화성을 언급한 것도 이 SLS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2025년 9월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발사돼 달 주변을 돌면서 심우주 탐사 가능성을 체크하고 귀환할 아르테미스 2 미션도. (그래픽-NASA)

 

SLS는 우주 왕복선을 발사하던 시절의 설계, 그때 사용하던 로켓 엔진을 거의 그대로 써서 조립한 것이다. 우주왕복선의 설계와 부품을 상당 부분 적용한 '왕복선 파생 발사체(SDLV, Shuttle Derived Launch Vehicle)'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4대의 RS-25 엔진은 새로 제작한 것이 아니다. 우주왕복선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스페이스X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끊임없이 로켓과 엔진을 개량해 왔던 것과 대비된다. 

 

 

SLS 프로젝트는 기술적 진보가 거의 없는 만큼 쉬웠을 것 같지만 실제 일어난 일은 그와 다르다. SLS 개발과 발사는 계속 지연되고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올해(2025년) 9월로 1년 연장된 아르테미스 2도 연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래 10일간의 임무 동안 승무원들은 인간을 태운 채 우주선의 시스템을 평가하면서 달을 돌아 지구로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지난해 9월 예정되었던 것이 1년 미뤄졌고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NASA의 계획은 2026년 9월 여자 우주비행사가 포함된 4명의 우주비행사가 달로 가고, 2명이 남극지역 표면에 착륙선을 타고 내려가 약 일주일을 머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러한 일정을 맞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조심스럽지만 트럼프가 화성을 언급한 건, 지지부진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아르테미스 계획을 버리겠다는 생각일 수 있다. 말썽 많은 SLS 로켓을 버리면, 달이 아닌 화성으로 향하는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4년의 임기 중 인간이 다시 달을 밟는 걸 보지 못할 바에야 더 크고 원대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일 수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민간에 경쟁 입찰을 붙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화성으로 인간을 보낼 능력이 있는 곳은 스페이스X 외엔 없다. 화성 개척이 꿈인 일론 머스크가 앞장설 것임은 분명하다. 


은이은 unyiun@outlook.kr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 전문 

https://www.whitehouse.gov/remarks/2025/01/the-inaugural-address/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