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대한민국의 우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핵심 프로젝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가 민간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협력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핵심 기술의 지식재산권(IP) 소유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크게 갈리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정부는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민간 기업 참여를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고, 이에 따라 한화가 사업의 총괄 주관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한화는 연구개발 기여도를 바탕으로 지재권 공동 소유를 주장하는 반면, 항우연은 국가 연구 성과가 특정 기업에 독점되는 것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핵심 쟁점은 지적재산권 소유 문제와 이면 합의 논란이다. 한화는 공동 개발 과정에서 기여한 기술에 대해 지재권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항우연은 국가 연구개발 결과물이 특정 기업에 귀속될 경우, 다른 기업들의 참여가 제한되며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와 관련해, 한화 측은 사업 초기 비공식적으로 연구개발 결과물을 일정 부분 공유받기로 한 이면 합의가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항우연과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쟁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방향을 기존 일회용 발사체에서 재사용 발사체로 변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계약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지재권 배분 문제를 새롭게 조정할 여지가 생겼다.
윤 청장은 '차세대발사체 계획이 바뀌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속 체계종합기업을 맡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행정 절차를 거쳐서 안이 확정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을 계속 맡을지, 아니면 원위치에서 다른 기업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할지 법적인 검토를 거쳐서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우주청이 제안하는 변경안에 분명히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이번 사업 계획 변경이 차세대발사체 지적재산권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따르면, 정부는 한화의 기여도를 평가하여 일정 부분의 기술 활용권(라이선스)이나 공동 소유권을 인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분명한 한계점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한화가 독점적 지재권을 요구할 경우, 항우연과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사업 참여 기업이 다양해질 경우 한화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수의 기업이 "공정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변경될 계획대로 사업 공고가 나왔다면 한화에어로처럼 입찰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의 '본질'이 바뀌는 대대적인 개편이기 때문에 계획이 변경되더라도 한화에어로만 유일한 사업 참여 기업으로 두게 된다면 굉장히 불합리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특정 기업에 유리한 결과가 나와 다른 기업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계약 재협상은 완전한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갈등을 완화하고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조정 역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우주산업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은이은 | unyiun@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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